'이사회 논란' 금융권…"거수기 오명 벗자"

입력 2024-01-22 18:29   수정 2024-01-23 02:25

금융지주사 사외이사들을 향한 ‘거수기’ 논란은 해묵은 얘기다. 실제 지난해 KB, 신한, 하나, 우리, 농협, BNK, DGB금융지주 이사회가 다룬 안건 가운데 사외이사가 반대표를 던진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그간 감시자 역할을 해야 할 사외이사가 금융지주 회장들의 셀프 연임을 돕는 외부 인사로 전락했다는 오명을 쓴 이유다.

‘주인 없는 회사’인 금융지주의 사외이사는 회장 후보를 추천하고 자회사 대표 후보 등을 결정하는 자리다. 하지만 전직 사외이사들 사이에선 “사외이사로서 임원추천위원회 멤버로 있지만 이미 정해진 명단에 형식적으로 승인하는 게 현실”이라는 푸념도 나온다.

작년 1월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갑작스럽게 사임을 밝힐 때 정작 사외이사들은 제대로 된 설명조차 듣지 못한 게 대표적 사례다. 금융당국은 ‘허수아비 사외이사’ 구조를 바꾸기 위해 지난해 말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을 내놨다. 셀프 연임 등 깜깜이 이사회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사외이사에 대한 충실한 지원체계’를 구축한다는 취지에서다.

금융지주들은 자구안을 마련하고 나섰다. 이를 통해 지배구조 개선에 나선 점은 긍정적인 대목으로 꼽힌다. KB금융지주는 사외이사추천위원회를 사외이사(사외이사 4인)만으로 구성해 신임 및 중임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는 과정에서 경영진을 배제하도록 했다. 우리금융지주는 과점주주(한국투자증권 푸본생명 키움증권 등)가 사외이사를 추천해 경영진을 견제하는 방식을 택했다.

하지만 경영진 입김이 작용하지 않는 독립적인 사외이사 구성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지주 회장들이 사외이사 후보 선임 과정에 간접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서다.

사외이사의 입지가 강화되면서 나타난 부작용도 있다. 금융지주마다 연봉 인상이나 출장 등을 통한 ‘사외이사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농협금융지주의 경우 작년 7월 사외이사들과 함께한 해외 연수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과 사외이사 6명은 6박7일간의 호주 및 뉴질랜드 교육 일정을 소화했다. 목장 체험, 농장 견학 등의 일정 탓에 무의미한 출장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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